
30대는 단순히 나이가 아닌, 삶의 방향이 바뀌는 시기입니다.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동시에 인생의 큰 선택들—결혼, 주택 구입, 자녀 계획—을 고려하게 되죠. 저 역시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돈의 쓰임’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모으는 것’이 자산 관리였다면, 이제는 ‘잘 구성해서 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 전 30대가 자산 관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비상금, 보험, 펀드 운용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풀어보려 합니다.
비상금 – 뜻하지 않은 상황 앞에 무너지지 않는 기반
2년 전,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의 불안함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당시 생활비 정도의 여유 자금은 있었지만, 비상금이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게 큰 실수였죠. 매달 고정지출은 계속 나가는데, 예금만 깨면서 버티자니 심리적으로도 흔들렸고, 당장 재취업이 되지 않을까 봐 소비조차 두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최소 6개월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CMA 통장에 따로 분리해 두었습니다. 출금이 자유롭고, 소액 이자가 붙는 구조라서 심리적으로도 안심이 되더군요. 지금도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저축, 투자 외에 일정 금액은 비상금 통장으로 이체합니다. 크게 쓰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안전장치는 그 자체로 삶의 여유가 됩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예식장, 신혼집 계약금 등으로 예산이 빠듯한데, 비상금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의료비나 가족 관련 지출이 생기면 큰 혼란이 오더라고요. 결혼 전에 비상금을 독립된 영역으로 준비하는 건 필수입니다.
보험 – ‘있는 줄 알았는데 쓸 수 없던’ 과거의 실수
제게 보험은 오랫동안 ‘부모님이 가입해 준 것’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보장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도 없고, 매달 자동이체되는 보험료가 부담이라고 느끼지도 않았죠. 그런데 병원 입원을 하게 됐을 때, 막상 청구 가능한 보장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에 보험 리모델링을 받았고, 불필요한 낡은 종신보험은 해지하고, 실손의료비, 수술비, 암 특약이 중심이 되는 실속형 보장성 보험으로 바꾸었습니다. 한 달 보험료는 더 줄었지만, 보장은 훨씬 현실적이고 단단해졌죠.
특히 결혼을 고려한다면, 본인의 보험 외에도 배우자와 미래 자녀까지 고려한 플랜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은 건강할 수 있지만, 보험은 건강할 때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기초 보장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두는 것이 향후 가정 전체의 재정 안정성과도 연결됩니다.
펀드 운용 – 미래 자산을 위한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
저는 처음에 투자라면 무조건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득 대비 여유자금이 많지 않았던 저에게는 적은 금액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죠.
5년 전부터 매달 15만 원씩 글로벌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아주 작은 수익률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적립식 투자의 복리 효과가 쌓이면서, 지금은 꽤 실감할 수 있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결혼을 준비하면서, 펀드 자산 일부를 예비 신혼집 계약금으로 전환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단기자금과 장기자금을 구분해 관리하는 습관을 펀드를 통해 익힌 덕분입니다.
ETF 기반 펀드나 TDF(Target Date Fund)처럼 결혼, 출산, 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해주는 상품도 매우 유용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라 ‘버티는 힘’과 ‘꾸준함’이라는 사실입니다.
결론 – 결혼 전 자산 관리의 목적은 ‘견딜 수 있는 구조’ 만들기
결혼은 삶의 구조가 바뀌는 큰 이벤트입니다. 그만큼 재정 구조도 미리 설계되어 있어야,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비상금은 위기의 순간에 삶을 지켜주고, 보험은 리스크를 통제하며, 펀드는 미래를 설계하게 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통해 단지 자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재정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실감을 얻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화려한 결혼식 준비만큼이나 이러한 자산 구조 설계에도 집중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